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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이야기사은품 바지, 브랜드가 되다

사은품일 뿐이었다. 24/7의 시작은 2017년 가을, 코오롱FnC의 남성복 브랜드‘시리즈’가 론칭 10주년을 기념해 만든 우수 고객용 선물이었다. 통이 넓은 고무줄 바지-. 헌데 막상 고객은 외면했다. 즐겨 입던 옷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박스 채 돌아온 바지는, 하지만 창고로 가지 않았다. 온라인 전용 상품으로 재등장했다. 석 달 사이 3000장 완판. 그때부터는 날개를 달았다. 이후 4년이 지난 지금, 24/7은 4만5000장 판매를 기록하며, 어엿한 ‘브랜드’로불린다.


시장에서 감 잡은 와이드 팬츠의 흥행

24/7의 초기 멤버는 온라인 마케터, MD로 일하던 83년생 동갑내기 셋이다. 브랜드는커녕, 바지 하나 만들어보자고 시작한 일이라 디자이너가 없었고, 지금도 없다. 올 초 회사 내 프로젝트 그룹에 속해 독립 브랜드가 된 뒤에는 둘이 됐다. 24/7 바지의 시작은 기획 MD의 제안이었다. 기존‘시리즈’스타일과 달라 디자이너팀과 영업팀의 우려가 만만치 않았지만 밀어붙인 물건이었다.

고집을 부린 이유는 분명했다. 당시 온라인 시장의 니즈가 그러했으니까‘. 시리즈’의 온라인 편집몰인 ‘바이 시리즈(by series;)’부터 29CM나 무신사까지 베스트 아이템의 공통된 추세였다. 포털 사이트 검색량을 봐도 그냥 바지, 팬츠가 아니라 슬랙스, 와이드 팬츠를 찾는 숫자가 훨씬 많았다. 편한 옷을 원한다는 증거였다. 따져 입기 귀찮아하는 3040남자들-. 24/7은 이들을 위해 경계를 없애고 ‘올인원’ 컨셉트의 바지를 만들기로 했다.

24시간 7일 내내 편안한 바지

사실 24/7 팬츠가 온전한 사은품만은 아니었다. 이왕이면 ‘바이 시리즈’ 플랫폼에 소재와 가격을 맞춘 전용 상품을 테스트 해 보자는 의도로, 5000장을 찍으면서 1000 장을 빼 놨다. 그런데 4000장 사은품 중 2000장이 남아서 돌아오니 물량이 커졌다. 팔아야 했다. 제품으로 내놓자니 이름도 붙였다. 온라인용 제품에 이름을 붙인 건 처음이었다. 당시 비슷한 와이드 팬츠로, 유니클로는‘감탄 팬츠’, 하이드아웃은‘모두 바지’라는 이름의 제품이 있었다. 이미 한글로 머리에 박히기는 무리라는 판단 하에, 숫자를 골랐다.

24시간 7일 언제나 편안한 옷. 단순하지만 명확했다. 제품으로 팔자니 사진도 필요했다. 인턴에게 입히고‘, 지인 찬스’로 촬영을 진행했다. 초반엔 반응이 미미했는데 두 달 뒤에 소위‘터졌다’. 하루에 100장, 200장씩 나갔다. 2월 초엔 남은 수량이 완판됐다. 아우터보다 이너웨어가 팔리는 시기와 잘 맞아 떨어진 덕이다. 이렇게 되니 24/7을 한 번 더 하자는데 오케이 사인이 났다. 컬러도 늘리고, 영상 컨텐츠를 만들었다. 회사에서 단일 아이템, 게다가 저가 상품으로 처음 영상을 만들었다. 다행히‘시즌2’제품도 2주 만에 1200장이 동났다. 이후에는 제대로 해 보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물론 시리즈 일도 하고, 24/7 일도 하는 겸업 조건이었다.

온라인 제품은 온라인 문법대로
기존 브랜드들과 달리 속도감 있게 일이 진행됐다. 제품이 바지 하나라 촬영하고, 내놓고, 바로 돌리고, 반응 보고-. 모든 게 빨랐다. 게다가 온라인 전용이라도 재고는 오프라인으로 돌리는데, 24/7은 재고까지도 자사몰에서만 소진시켰다. 매출은 계속 늘고, 어느새 판매율 90%가 아니면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금도 판매율은 75%를 유지한다. 지금까지 꾸준히 달려올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다. 온라인 제품을 온라인에 최적화하는 것. 서로 다른 채널에 맞춰 컨텐츠를 올리는 그런 수준이 아니다. 고객과 소통하고, 그들의 요구에 맞춰 제품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그걸 다시 고객에 전달하는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다. 24/7은 제품당 리뷰가 보통 1000개도 넘게 달리는데, 구매자 열 명 중 세 명 꼴이다. ‘뭐 바꿔달라‘고 글을 올리고 나면 그게 제품에 반영되니 고객은 적극적이다. 이걸 보고 신규 고객은 또 여기 왜 이렇게 댓글이 많지? 라면서 관심을 갖다가 바지를 산다. 이런 선순환을 통해 고객 입맛에 맞춰 바지를 개선하며 8차 제품까지 나왔다. 평점 역시 4.4에서 4.9(5점 만점)로 올랐다. 또 고객 입장에선 이렇게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오면 이전 시즌 제품은 비슷해 보여도‘헌 것’같이 느껴진다. 비슷한 듯 다른 제품을 또 살 수 밖에 없는 거다. 재구매율이 28%나 된다.
멋내기보다, 굉장히 친절하고 싶다

하루가 다르게 치열해지는 온라인 시장. 게다가 지금은 모두가 비슷하다. 빨아도 늘어짐 없고 탄탄한 옷이라고 누구나 이야기한다. 하지만 24/7의 전달 방식은 다르다. 고객에게 가장 가까운 어휘로 설명한다. 한 마디로 굉장히, 진짜 굉장히 친절하다. 흔히 온라인으로 한다고 하면‘사진 잘 찍고 간지나면 되지’라고 하지만, 24/7의 상품 페이지는 디테일하다. 멋있어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니까. 보통 온라인에서 구매를 결정할 때까지 7가지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24/7은 그래서 허투루 돈 쓰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편하게 해 주자는 목표가 있다. 제품 상세기술서나 사이즈 표를 보면 다르다. 제품마다 영상을 더 넣는다. 판매 채널이 두 개 밖에 없는데, 그걸 늘리기보다 채널에 들어온 고객의 효율을 높이는데 집중한다. 24/7을 두고‘설명충’이라고 하던데, 누가 봐도 이 사람들 되게 열심이구나, 라는 인상을 준다면 언제든 환영.

이런 이유로 24/7이란 같은 이름에 대해서도 무덤덤하다. 이거 저거 팔며 치고 빠지는 곳들이 패션 제조회사로서의 정통성은 못 따라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다. 그 차별점은 고객이 어떻게든 나중에 알게 될 거고, 긴 호흡으로 가려 하는 것이다. 다만 제품력과 별개로, 더 저가의 바지와 경쟁하려면 5만9000원짜리 24/7 바지에 대한 가치를 주려고 한다.

이걸 입는 사람의 모습, 그러니까 247이라는 키워드를 함께 하는 편안한 일상, 그걸 구성하는 사람과 공간, 행위까지를 보여줌으로써 사람 이야기를 해보는 식이다. 여행이 이런 의미에서 좋은 소재다. 지금까지 상도동, 누하동, 양재 등 서울 시내 로케이션 잡고. 247을 입는 사람은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즐겨, 라는 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이유다.

둘이 만들어간다, ‘군더더기 없는 성장’

기업의 어엿한 브랜드가 됐지만, 여전히 둘이다. 디자인과 기획을 한 명이, 영업과 마케팅 전반을 다른 한 명이 맡는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 빠른 의사 결정이 가장 큰 무기다. 보고하지 않고 둘이서 판단한다. 책임은 큰데, 지금까지는 충분히 증명해 왔다. 2019년 SS시즌 때가 이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해외 생산이라 이미 다음 시즌 247 팬츠 생산이 들어갔는데, 재봉 과정에서 올스톱 시켰다. 리뷰에‘지퍼를 달아 달라’라는 의견이 많은 걸 발견하고 바로 바꾸기로 결정한 것. 보통 이런 경우라면 여러 보고 단계를 거치다 늦었으니 다음에 하자, 라는 식일 텐데 달랐다. 결국 그 시즌 매출도 좋았다. 섣불리 인원을 늘리지 않는 건, 규모를 키우기보다 단단하게 다져가겠다는 나름의 철학 때문이다. 24/7의 주요 제품 평점은 4.9 아니면 5.0 수준. 하나씩 업그레이드를 해서 더 이상은 없을 정도까지 왔고, 24/7의 모든 제품을 그렇게 만드는 게 브랜드의 목표다. 리뷰 중에‘인생 바지‘’인생 티셔츠’라는 표현이 가장 많이 나오는 것. 24/7의 제품이 누군가에게 인생 아이템이 되자는 의미다. 이렇게 단단해지다보면 5년쯤 뒤엔 라이프스타일 영역까지 확장돼 있지 않을까. 얼마든 지 지금도 다른 브랜드들과 손을 잡는 것도 가능할 터다. ROI 따져 가성비 있게 일하자는 게 24/7의 원칙이니까. 이런 맥락에서 24/7은‘군더더기 없이, 멋내지 않고, 누구나 편하게 사는, 그러면서도 감성이 녹아 있는’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브랜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