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이후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코오롱 안에서 리틀클로젯을 이어갈 새 팀을 짜는 일이었다. 검증된 브랜드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려면 누가 바통을 쥘 지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주축은 코오롱FnC 슈즈 브랜드의 마케터 출신인 30대 중반 프로젝트 매니저와 인수 전 브랜드의 원년 멤버였던 디자이너 두 사람이다. 여기에 기획MD, 생산MD, 온라인 마케터, 디자이너까지 합류하며 새 팀이 꾸려졌다. 흥미로운 건 이들 대부분이 육아 경험 없는 MZ세대라는 사실. 이 중 아이를 키우는 팀원은 단 한 명. 말 그대로 ‘아이 없는 아동복 팀’이다.
"아이를 키워본 부모여야만, 좋은 아동복을 만들 수 있나요?"새로운 팀은 아이를 키워 본 경험은 부족하지만, 관습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부모 눈에 보이지 않던 지점을 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기능성과 가격 중심으로 경쟁하는 아동복 시장에서 디자인의 디테일과 트렌드를 더 예민하게 읽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익숙하지 않은 카테고리라는 염려보다는 각기 다른 커리어에서 쌓아온 노하우가 발휘할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컸다.
가파른 성장세로 잠재력을 보여준 리틀클로젯에게는 이를 뒷받침할 안정적인 인프라가 필요했다. 다양한 패션 분야에서 전문성을 길러온 새로운 팀은 기업의 관점에서 브랜드의 새로운 강점을 발굴하고, 중장기적으로 안목으로 브랜드를 성장시킬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 이름만 빼고 다 바꾸자는 전면 개편이었다. ‘발레리나 원피스’가 대표하는 리틀클로젯의 초기 컨셉은 백화점 유통으로 전개하던 여타 브랜드와 분명한 차별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장에서 유사한 디자인을 쉬이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경쟁력이 약화되어 가는 현 전략을 고수하기보다는 먼 미래를 위해 과감해져야 했다. 결국 ‘리론칭’으로 팀의 뜻이 모였다.
21FW 시즌, 리론칭한 ‘리틀클로젯’은 모든 것이 새로워졌다. 기 브랜드의 고유한 정체성, 성장해온 과정을 존중하면서도 현 시점에 맞는 유연하고, 포용적인 시각을 담아낸 첫 번째 결과물이다.
리뉴얼 첫 시즌, 리틀클로젯은 영국 아티스트 ‘크리스 호튼’의 캐릭터를 모티브로 한 컬렉션을 전개한다. 크리스 호튼은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다. 2007년 미국 시사잡지 <타임>이 선정한 100대 디자인에 선정된 호튼은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다수 출간 했으며, ‘에즈라 잭 키츠 상’, ‘SOI 어린이책’을 수상한 작가이다. 그의 책은 한국의 서점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브랜드를 설계할 때 가장 고민한 건 '브랜드의 중심 메시지'다. 어린 시절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이 인격의 밑바탕이 된다면, 훗날 사회의 미래를 만들어 갈 이 아이들의 마음에 무엇을 채워주면 좋을까. 리틀클로젯의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Animal Friendly'이다. 동물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된 만큼, 귀엽고 친숙한 동물을 모티브로 한 패션 아이템을 통해 동물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친구라는 것을 전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허그 프로젝트(Hug Project)'라는 도네이션도 전개한다. '허그 시리즈' 제품을 1개 구매할 때마다 '동물자유연대'에 사료 1kg이 기부되며 소비의 가치가 완성된다. 리틀클로젯은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사랑을 품고 자라나길 바란다. 동물을 향한 사랑은 나아가 ‘나와 다른 모든 존재’를 사랑하는 포용의 씨앗이 될 것이라는 희망이 브랜드 전반에 담겨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상품 구성도 유연하게 손 보았다. 4~7세 여아를 위한 기 브랜드의 시그니처 '모던 유니크' 라인에 더해 젠더리스 캐주얼을 표방하는 '플레이 플레이' 라인을 새롭게 선보이며 3~7세 유니섹스로 타깃을 넓혔다. '모던 유니크' 라인은 트렌디한 소재와 실루엣을 아동복에 맞게 재해석한 라인으로 발레 원피스가 대표 아이템이다. '플레이플레이' 라인은 기존 리틀클로젯의 독창성을 가져가면서도 집 안팎에서 두루 입을 수 있는 젠더리스 캐주얼을 제안한다. 도네이션과 연계된 '허그 시리즈'는 주력 상품 위주로 선정해 기부가 최대한 많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목표다.
가장 신경 쓰는 건 소재다. 아이들 몸에 닿는 것이니 부드러운 촉감에 힘을 쏟는다. 리틀클로젯은 국가공인 의류 안전 확인 기관인 한국의류시험 연구원 KATRI에서 심사를 거쳐 안전성 적합 판정을 받은 제품만 선보인다. 아동용 섬유 제품 안전 기준 검사에 합격한 KC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노닐페놀, 아릴아민, 폼알데하이드, PH, 납 등 유해물질 걱정 없이 믿고 입힐 수 있다.
"아이들이 금방 자라서 옷을 자주 사줘야 해요."
"고가의 제품보다는 적당한 품질, 가격의 제품을 선호하게 되더라고요."
"걱정 없이 입힐 수 있는 옷인지를 가장 먼저 체크하죠."
리론칭을 준비하며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부모를 인터뷰했다. 그를 통해 아동복 브랜드는 모든 면에서 성인 시장과 포커스가 달라야 한다는 걸 알았다. 트렌드를 선점하기에 앞서 상품의 안정성, 편안한 착용감, 합리적인 가격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공격적인 마케팅 대신 리틀클로젯의 건강한 생각과 믿을 수 있는 상품이 소비자에게 충분히 닿을 수 있도록 긴 호흡으로 진정성 있게 나아가기로 했다. 육아 때문에 쇼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는 소비자를 위해 유통도 적극 확장해 많은 플랫폼으로 고객을 만나러 갈 생각이다. 브랜드 BI도 경쾌한 무드로 리뉴얼했고, 패키지도 개발해 온라인 구매라도 선물용으로도 손색없게 준비를 마쳤다.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옷장, 리틀클로젯
새롭게 변신한 리틀 클로젯의 목표는 여느 브랜드가 그렇듯, 더 많은 부모 고객을 만나며 매출을 키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전략과 실행안을 고민한다. 하지만 아동복이기에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오히려 결정의 순간엔 가장 중요한 가치를 떠올렸다.
"아이들이 리틀클로젯의 옷을 입고 행복했으면 좋겠다"화보를 촬영하면서도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담아내는 것에 집중했다. 그를 위해 어른들이 할 수 있는 몫은 아이들이 재밌게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그리고 아이들의 행복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는 것. 딱 거기까지다.
어린이 모델들과 촬영하다 보면 계획대로 되지 않는 순간이 더 많다. 무엇 하나 예측되는 게 없어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예측 불가함 속에서 아이들은 뜻밖의 기쁨을 주기도, 놀라운 생각을 나눠주기도 한다. 우려와 달리 아이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매순간 성장한다. 그리고 저마다 쥐고 태어난 행복의 씨앗을 건강히 키울 수 있는 잠재력을 그 안에 가지고 있다. 리틀클로젯은 이런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해야 할 몫을 안다. 안전하고 좋은 제품, 말랑말랑한 상상력으로 건강한 자극을 주는 것. 리틀클로젯은 그 몫에 정성을 다하며, 아이들과 함께 무한히 성장하려 한다.